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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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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dinary

버릇

_e 2010. 4. 22. 17:25

 1/ 책의 포장을 다 벗겨냈다. 반들반들한 아스테이지에 가끔은 손을 베이면서, 바닥을 가득 채운 비닐을 봉지에 쓸어담았다. 아직 포장이 되지 않아 집에서조차 펴보지 못하던 책들도 옆에 쌓아두었다. 새로 구입한 책포장지는 한쪽 면에 엠보싱이 있어 서로 들러붙지 않아 너무 좋다. 포장을 안한 책들만 포장하면 좋을텐데, 원래 있던 포장과의 통일성을 주장하며 모든 책들의 포장을 새로한다. 이상한 습관이 하나 있다. 비닐이든, 종이든 상관없이 겉을 포장하지 않은 '구입한'책은 읽지 못한다. 꼭 겉을 감싸고서야 손에 쥐고 펼칠수가 있다. 고칠 생각도 없지만, 고쳐질 것 같지도 않다. 책포장지는 만오천원을 넘기면 해준다던 무료배송에 백오십장을 샀더니 만화책은 시도하기도 전에 다 써버릴 것 같다. 새로 사야지 생각하고 있는데, 빌라 제일 앞문에 카드키를 달아버려서 집에 받을 사람도 없는 관계로 택배가 제대로 올 수 있을지가 걱정이다. 

 2/ 덤으로 사소한 버릇들도 있다. 글씨가 보이면 뭐든 읽고 보는 것이라던지, 씨디를 사면 자켓을 펼쳐보는 횟수가 다섯번도 채 안된다는 것이라던지, 항상 메니큐어는 꼭 챙겨바르는 것이라던지, 사람들의 말소리가 다 들리게 볼륨을 조절해놓은 이어폰이라던지, 파일명은 띄어쓰기가 없이 -와_만으로 - 되도록이면 영어로 바꿔놔야 한다던지, 폴더앞에는 숫자를 꼭 붙여둔다던지. 만들고 싶어서 만든 버릇은 아니었다. 어느 순간 생겨난 것들. 만들고 싶은 버릇은 따로 있다. 하루도 거르지 않는 꾸준한 운동이라던가, 몇줄이라도 좋으니 적어두는 일기라던가, 커피보다 물을 마시는 횟수가 더 많다던가. 좀처럼 만들어질 것 같지는 않지만. 

 3/ 본의 아니게 가끔 선생질을 한다. 성격상 고민을 공감해주고 고개를 끄덕여주기보다는 해결책을 턱하니 내어놓고 알아서 해결해라 - 라고 하는것이 편한지라 쉽지는 않다. 나이를 먹으면서 젠체 하는것에서 벗어나고, 허세에서 벗어나고 나니 정제된 말 대신 거친 말이 나오는데 그게 또 군더더기가 없다. 내가 편하니까 걸러지지가 않는다. 뻔하디 뻔한 이야기를 내어놓는다. 삶은 심플하다고, 너 또한 간결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라고. 쉬운거라고 말하면 어렵다는 답을 듣는다. 사람 사는게 다 똑같은 모양이라 그렇다며 웃는다.

 4/ EH。피아니시모 님의 말 : 한끗만 어긋나도 집착이더라고
 EH。피아니시모 님의 말 : 이거하지마라 저거하지마라 이거해라 저거해라
 EH。피아니시모 님의 말 : 니 새끼 낳아서 시켜라 새꺄 ! 

 5/ 하루에 대여섯번은 DP2를 살까 말까 고민하고, 하루에 한번은 꼭 가격검색과 중고검색을 한다. 집착하고 있는 것 같다. 곧 결제할 기세 - 라고 거의 한달 간격으로 적는것도 같은데 음. 

 6/ 동생 싸이 다이어리 글은 제가 우는거 달래는 아무개는 얼마나 힘들까의 내용이었다. 그 당사자인 아무개는 댓글에 [차라리 장애가 있으면 잔말없이 똥닦아주면되는데 이건 뭐] 라는 글을 남겼다. 나 얘 너무 마음에 들어. 꽤 큰 소리로 웃었다. 쉽다니까, 유쾌하게 사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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