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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은 한 순간

_e 2015. 7. 15. 17:11

지난주 내내 조퇴+이틀을 내리 쉰 게 민망하고, 8월에도 한달 쉬니까 휴가는 생각도 안하고 있었는데 - 그래도 다녀오라는 말씀에 또 냉큼 날을 받았다. 3일이나 주는 휴가에 이번에 새로 생긴 트롤리를 타고 서울 투어를 같이 할 계획이었던 쏠씨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제주 가자' 사실 어제 회식에 이야기가 살짝 비쳐, 잠이 덜 깨 거실 쇼파 누워 선풍기를 쐬는 j씨에게 '나 제주도 갈지도 몰라'하고 나온 출근길이었다. 당장 일주일도 남지 않은 날의 비행기표를 끊고, 성수기라 자리가 남아있을지 모르는 게스트 하우스들에 전화를 돌린다. 제주는 고등학교 수학 여행이 전부라 그때의 기억이라곤 밤에 모두 모여봤던 가을 동화 마지막회와 다리 한쪽에 몸통이 들어갈 것 같던 힙합바지와 머리에 씌여져 있던 벙거지, 그리고 성산일출봉으로 추정되는 푸르고 움푹했던 어떤 곳 뿐이다. 사무실에 앉아있는 나는 항공권을 끊고, 쏠씨에게는 숙소 예약을 부탁했다. 몇 통의 전화들은 모두 방이 없다고 한다는데 과연 어느 곳을 기점으로 돌아 다닐 수 있을 것인가. 제주도는 한번 가야겠다 마음먹고 8월 초에 갈까 8월 말에 갈까 고민 중이었는데 역시 결정은 한 순간, 고민 없이 실행하는게 최고. 그래서 드디어 떠나는 제주도. 한번 다녀오면 아마 시간 될때마다 다니려고 들지 싶긴하다. 

보는 사람마다 말랐다며, 많이 아팠냐고 묻는다. 얼굴이 야위었다는 이야기에 해줄 수 있는 말은 무게는 별로 안 줄었다(=배는 안 빠졌다) 정도. 어제는 회식이었는데 그제부터 다시 속이 살살 아픈 것에 밥을 신나게 먹은 스스로의 미련함을 탓하며 고민했다. 분명 고체를 먹을 만한 속이 아닌데 어째야하나. 소고기를 먹는다길래 고민하면서 걸었다. 어째야하나, 어떻게 하지 하다보니 어느덧 식당. 많이는 못 먹어도 고기는 먹었으니 다 이루었다 - 고 쓰고 혹시 모르니 점심에는 죽을 먹는다. 이번주 안으로 나아야 당장 놀러가서 재밌게 놀테니 욕심과 미련 모두 버리고 이번주는 죄다 죽을 먹어야겠다. 이것이 기승전놀기. 

http://www.wdcs.co.uk/media/flash/whalebanner/whalebanner.html 흰수염 고래 실제 크기란다. 
자연은 대단해. 이 신비로움이란. 모니터 가득 날 보는 눈을 한참 들여다 보고 있었다.

콘서트 갈때랑 놀러가서 입을 롱치마나 만들어야겠다. 집에 만들만한 원단이 있었던가. 쌓여있는 원단이 아무리 많아도 항상 고민한다. 대체 '이 것'을 만들기 위해 어떤 원단을 써야하지? 마땅한게 없네, 새로 사야하나, blah blah. 마치 계절이 바뀔때의 옷과 같은 느낌으로 원단 서랍 앞에 서있다. 오늘은 대충 골라 대충 재단해야겠다. 재봉 실력이 살짝 늘어가면서 가장 좋은 것은 대충 만들어도 어떻게든 각이 살짝 잡힌다는 것이다. 물론 잘 만든게 제일 예쁘긴하지만 귀찮아서 그만. 게으름은 나랏님도 못 고친다고 했다. 암. 

콩국수 먹고 싶다. 이번주 내내 죽 먹겠다고 두번째 문단을 쓴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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