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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6/19 10:14
여느 날처럼 텀블러에 따뜻한 물을 채우며 서있는데, 어디선가 시작 된 커피 향기가 떠나질 않는다. 아, 커피 마시고 싶다. 습관은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다. 안 마신지 몇달째인 커피인데도 드문드문 생각이 난다. 작은 것들이 모여 생을 이룬다. 그러다 갑자기, 작년과 제작년 이맘때쯤의 나를 떠올렸다. 기록이 있다는 것은 이럴때 좋다. 어쩌면 낯 부끄러울지도 모르는 기록들을 뒤적인다.
2014/06/19 17:26
인터넷 댓글들을 보다 생각난건데, 왜 종종 유명인에 관련된 기사 댓글에 'XX야 꼬꼬마였던 네가 잘 되는걸 보니 좋다'같은 서신을 남기는 사람이 있는걸까. 그 유명인이 그걸 볼거라고 생각하는걸까, 다른 사람들이 자기가 그 유명인과 연관있다는 것을 보고 부러워해주길 바라는걸까. 나름 이해력은 뛰어난 편이라고 생각하는데도 이렇게 가끔 이해 못할 경우가 있더라고.
버스안에서 갑자기 툭 하고 안경테에서 왼쪽 안경알이 튀어 나왔다. 주섬주섬 챙겨 가방에 넣고 뿌옇고 흐리게 지하철에서 내려 안경점을 들렀다. 사라진 나사를 새로 넣어 조이고, 코받침을 교체하고 깨끗하게 닦인 안경을 받아 나오니 다시 세상이 밝아졌다. 드디어 답답한게 사라졌다며, 비타 오백도 한병 드링킹 하고 걸으며 가끔 속 답답할때도 조여주고 닦아주는 곳이 있으면 좋겠다고 잠깐 생각했다. 평소에는 내가 하지만, 엑시던트가 생겼을때는 내가 할 수 없는 경우가 있으니 그럴 때.
오랫만에 H에게 연락이 왔다. 덕분에 겸사겸사 M에게도 연락을 해서 약속을 잡았고, S도 거의 2년만에 얼굴을 보기로했다. 덕분에 7월에는 쉬어야지라고 장담을 해놓고 약속이 벌써 여러개가 되었고, 푹 쉰다는 목표를 가까이 있지만 잘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을 만나는 것으로 살짝 변경했다. 가까운 사람은 오히려 더 안챙기게 되는 기묘한 현상에 휩싸여서 살고 있는 터라 반성하는 마음으로.
많은 사람들이 나를 지켜본다. 난 그들에게 신앙을 전하지 않는다. 그저 크리스천이 어떻게 사는지를 보여주려 노력할 뿐이다. - 클라이튼 커쇼
2013/06/19 17:57
예림이 캐럴의 말장난을 듣고 있자니 몰린이 듣고 싶어져서 + 종신옹곡을 듣다 규호언니 보컬도 듣고 싶어져서. 핸드폰에 이어폰을 꽂기는 귀찮고 인터넷을 뒤져 작년 gmf 영상을 찾는다. 종신 옹 월간 중에 성발라가 부른 내일 할 일보다 더 좋아하는, 가장 좋아하는 노래. 규호언니 2집 노래를 조르고 졸라서 받아 냈다고 하는데 들을 때 마다 그럴만 하다 싶다. 시린 가을 하늘에 구름을 따라서 높아지다가 결국 우주 밖으로 몰린 첫사랑이라니. 이 언니는 되게 간지러운 말들로 - 마음을 간지르기보다는 꾹꾹 눌러대는 듯이 차곡차곡 다지는 재주가 있다. 몇번을 돌려듣다 보니 작년 그민페 생각이 난다. 킹스턴 무대에서 죽어라 뛰어놀다 규호언니 보겠다며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 끙끙 앓고 있었지. 거기에 이어서는 뷰민라 영배 아저씨 공연도 생각난다. 다들 지쳐 널부러져 있는 봄 밤에 언니 한번 보겠다고 앞으로 앞으로 나가서 키보드 치는 언니 한참을 보고 있었다. 무슨 말 한번 못 붙여본 등하교길 학교 선배 짝사랑하는 여자애도 아니고. 그러고보니 이제 곧 있으면 알럽 티켓 예매고, 다음주를 보내면 프로젝트를 옮기고 뭐 그렇고 그렇게. 그민페 한번 다녀오면 올해도 다 가겠구나. 올해는 10월 말에 바쁜 일이 없어야할텐데. 시간이 참 빠르다. 1집이랑 나는 달도 마저 들어야겠다. 언니는 2집 언제 내요? 언니가 공연하면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보러갈텐데. 끙끙.
2012/06/17 21:05
매번 하는 말이긴 하지만.
바쁜게 조금 가시고 나면 바쁘던 와중에 생각나던 해야 할 일들을 다시 시작하려고 마음 먹는다. 아직 바쁜게 다 끝난 건 아닌데, 오늘 '다시 시작'의 마음을 또 먹었다는 이야기.
요즘의 관심사는 여전히 비슷하지만 조금 다르다. 컴패션과 그림과 고양이, 그리고 이사를 앞두고 있는 집안 살림들의 추가와 비우기. 살림에서 시작되지만 비우지 않고 추가만 하는 것에 익숙해진 까닭에 인생 전반적으로 비움이 필요하다. 남들은 내가 잘 비우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그냥 저 뒷쪽으로 던져놓고 신경을 안 쓰는 것뿐이다. 가끔은 그것들이 발치에서 걸리적 거려 넘어지게 만드는데 지대한 공헌을 하기 때문에 안 그래도 잘 넘어지는 몸의 상처야 어쩔 수 없다 쳐도, 마음의 상처쯤은 이제 늘어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물론 예전보다 날이 덜 선 마음은 넘어져 긁혀도 덜 아프긴 하다만 가끔 변화 되지 못한 공간에 넘어지는건 예전만큼이나 아프다. 이젠 누가 밀어 넘어지는걸로 충분하다. 혼자 넘어져 아프면 서러워도 부끄러워 어디 말도 못한다. 다 비우고 나면 누가 밀어도 안 넘어지게 힘을 길러 우뚝 서야한다. 하긴 '나는 XX를 해야한다.'라는 말이 너무 많은 것도 내 단점인 것 같긴 하다만.
2011/06/20 18:47
추운 날에나 내내 가고 싶던 동남아가 요새는 이상하게 날이 더운데도 자꾸만 생각난다. 들이쉬는 공기도 뜨겁고 내리쬐는 햇볕도 뜨거운 차도 옆에서 멍하니 서서, 정자에 길게 코를 올리던 코끼리라던지 현지인 가이드 언니랑 걸었던 밤거리라던지 해질녘에 걸었던 바닷가 같은 것들을 떠올린다. 가고 싶다- 라고 입버릇도 생겼다. 정작 더운건 거기나 여기나 마찬가지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다보면 피곤한 것도 마찬가지인데도 더운 나라는 갈때 마다 가고 싶은 마음이 더 차곡차곡 쌓인다.
마음의 여유가 없어지면 없어질수록 인상이 험상궂다. 속으로 험한 말을 잔뜩 늘어놓다가 깜짝 놀라 멈춘다. 밖이야 어떻든 안은 평온해야 하는데 밖이나 안이나 꼭 같게 전쟁터 같다. 단 걸 도통 못 먹었는데도 단 게 그렇게 먹고 싶다. 잔뜩 쌓아놓고 열심히 먹고 나서 속이 뒤집히면 눈물 콧물 다 쏟아내며 토해내고 쓰러져 잠들어도 좋으니까. 나이를 먹으면서 감정의 기복 차는 줄어드는 반면 밑으로 가라앉아버리면 회복이 늦다. 목 놓아 울고 나면 나아질까 싶은데 우는 것도 쉽지 않다. 역시 단 것 뿐인가 답은. 정작 이래놓고 안 먹을 게 빤하긴 하지만, 오늘 밤은 어제 보단 조금 더 평화로운 마음이었으면 좋겠다.
제발.
2010/06/17 23:03
나 또한 누구나 다 느끼는 것들을 똑같이 행하며 사회 보편적인 감정들을 느끼며 지내 온 적이 있었다. 이제와서는 그런 감정에 공감하고 맞추는것에 허덕이는 것에 지쳐 그만 두었다. 이따금, 자신의 불행이나 행복에 대해 이야기하는 상대방의 말에, 무어라 대답해야 할지를 고민 할때면 그만두고 버렸던 '보통의 여자애들'의 사고를 다시 해야하는지에 대해서 고려한다. 그렇다면 분명 저쪽에서 원하는 빤하고 빤한 답을 거리낌없이 내어주며 위로하고 공감해주는 척 할 수 있을테니까. 몇번을 거듭해 생각해도 답은 역시나 고깟 대인관계 때문에 내 정체성을 쥐고 흔들 필요는 없다는 것으로 나온다. 애니어그램의 가장 낮은 수치는 대인관계에 관련된 것이었다. 그런 내 숫자들에 엄마는 공부를 더 시켜 학자를 시켰어야 한다고 말했다. 동생은 대인관계 수치가 높다더라. 사람이 없어도 살만한 것과 사람이 있어야 살만한 것 중 옳은것이야 당연히 없겠지. 그냥 나느은 - 사람이 없어도 살만한 사람인거다. 간단하게 정의하자면 그렇다.
옛날에 누군가가 그랬단다. 상대방이 듣고 싶은 말로 골라 건내 주기만 한다면 지배할 수 있을것이라고. 그렇게 지배하며 살고 싶진 않으니, 남는 사람은 남고 남지 못할 사람은 다른 사람 찾아가는 지금 이 정도가 딱 괜찮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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