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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겨울 이불을 치우지 못했건만 퇴근하고 돌아간 집의 김크림은 슬슬 녹아내리기 시작하고, 퇴근하고 돌아오는 j씨는 시름시름 앓아 에어컨을 켜기 시작했다. 팔다리 죄다 넣은 두툼한 겨울 이불 속에서 코끝에 시원한 바람을 느끼면서 아마 여름이 더 깊어질때야 겨우 이불이 조금은 얇아지려나를 잠깐 생각했다. 생각해보니 작년 6월에는 오사카에 민소매 원피스 입고 덥다고 헉헉대고 다닌 기억이다. 이상하게 올해는 여태까지 추위가 가시지 않는 것이 이 몸이 늙고 노쇠하여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점심 먹고 돌아오는 길에서야 겨우 더워 아 정말 여름이구나 몸으로 느낀다. 작년 내내 심어대던 나무들이 자리를 잡은 출퇴근길은 이런저런 나무들이 많아 바람이 부는 소리와 나무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다. 뜨거운 해 아래서도 그 소리들이 좋다.
월요일 퇴근길에는 대표님이 출장갔다 사오신 마지막 남은거라며 흰 뭉치를 내밀더라. 받아보니 크리넥스 티슈 여러겹으로 곱게 쌓인 이성당 튀김 소보루라 헤헤 하고 웃었다. 냉장고에 우유가 있냐며 확인하더니, 살짝 데워 찬 우유에 먹어야 맛있는 거라고 당부를 한다. 그 말 그대로 따라 렌지에 살짝 데워 찬 우유와 함께 먹으며 쇼파에 드러누워 선풍기 바람을 쐬는걸 보고있자니 정말 맛있어 과식해버렸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목란 이야기가 나오고, 그러고보니 이연복 쉐프가 유명해지기전에 벌써 다녀온 그곳이 목란이었다며 이제 유명해져서 못가겠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어디 참 안가는 것 같으면서도 꼬박꼬박 잘도 챙겨먹고 다녔다며 또 웃었다. 같이 보내온 시간들이 늘어날 수록 새삼스러운 기억들도 늘어난다. 생각보다 많이 찾아다닌 맛집이라던가, 생각보다 많이 걸었던 곳들이라던가, 꽤 평범한 연애를 하고 결혼 생활을 한 것 같은 흔적들이 쌓인다. 시간의 흐름이 이리도 좋다.
요즘 들어 글이 뜸해지고 재봉한 것들만 주구장창 올라오는 것은 별 일 없는 일상이 이어지고 있는 까닭이다. 가끔씩 오는 의도치 않은 스트레스는 미싱을 돌리며 푼다. 쇼파에 늘어져 기운을 충전하는 j씨와, 움직일때마다 쫓아다니는 고양이들과, 이따금 오고가는 메세지들과, 동네 마실가듯 부담없이 설렁설렁 만날 수 있는 몇몇 정도가 전부라 별 일 없이 산다. 그래서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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