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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 왜 그래

_e 2015. 6. 9. 15:55

티스토리 놈들이 무슨 생각인지, 아침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썸네일 호출 값을 바꾼 모양이다. 어찌어찌 남이 만들어 둔 스킨 가져다 레이아웃 스키닝 작업으로 쓰고 있는데 갑자기 이렇게 곰돌이가 가득하면 나는 어쩌면 좋은가. js 파일을 고칠 엄두는 안 나니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 포스팅처럼 투명 이미지 넣기쯤일 텐데 쌓여있는 몇 백 개의 글들에 그런 노가다를 하느냐, 이 스킨을 만들 사람이 피드백을 해주는 걸 곰돌이와 함께 기다리느냐, 다 버리고 그냥 평범한 블로그 스킨으로 돌아가느냐의 기로에 서있다. 대체 나한테 왜 그래. 내가 개발을 안배워놔서 그런거야? 엉엉. 오늘 내일 중으로 어떻게든 해 볼 예정이니 오늘까진 곰돌이 파티. 오예.

아침에는 핸드폰이 뭐가 문제인지 재부팅이 된 상태에서 멈춰 있어 3번은 울려야 하는 알람이 1번만 울리고 멈춰 늦잠을 잤고, 다행히 세수하고 달려 나올 시간은 있어 머리 질끈 묶고 나와 버스 안에서 초기화를 해버렸다. 기계는 뭐가 됐든 초기화가 최고라 다시 셋팅을 하고 나면 전과 많이 달라진 것도 없어 보이지만 마음만은 개운한 느낌. 기계 말고도 손쉽게 초기화되는 것들이 좀 많아지면 좋겠다. 백업을 열심히 해놨다는 가정하에.

나는 욕심이 그다지 없는 덕분인지, 드물게 무언가 갖고 싶은 게 생기면 그것을 얻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는 편이고, 그 노력이 어떠한 이유에서건 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그렇게 갖고 싶은 것이 아닐 것이라며 쉽게 포기하면서 살아왔다. 그래서 모든 것이 명확했다. 가질 수 있는 것은 가지고 싶은 것, 가질 수 없는 것은 사실 절실하게 가지고 싶지 않은 것. 그런데 요즘 들어서 점점 더 느끼는 건데, 다들 자기가 노력하지 않는 것들에 대해서 바라고 있더라. 내가 A를 가지기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이 1~10까지라면, 한 1~3만 하고는 나는 다 했는데 + 가질 수 없지만 + 가지고 싶다고 하는 걸 볼 때마다 낯설어 어쩔 줄을 모르겠다. 다들 어째서 그렇게 희망적인가, 어쩌면 그렇게 운이 좋게들 원하는 것을 노력하지 않고 얻어오며 살아 왔던가, 나만 이렇게 포기해야 할 것은 바로 포기하며 치열하게 살아 왔던 것일까. 그렇다고 넌 10을 할 걸 5도 안 해놓고 왜 힘들어하냐고 꼰대짓을 할 수도 없고, 내가 나서서 대신 해줄 수도 없고, 포기하면 편하다고 말할 수도 없고. 사람은 자기가 갖지 못하고 살아온 것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 역시도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바다를 한 번도 보지 못하고 살아왔으니 바다에 대해 암만 설명해도 못 알아 듣는 거겠지.

얼른 퇴근하고 집에 가서 닭도리탕이나 해야겠다. 빨간 고추장 소스에 닭이랑 밥이랑 슥슥 비벼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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