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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바뀌는 까닭인지 밤에도, 아침 저녁의 버스 안 토막잠에도 선잠을 잔다. 사무실에 앉아 졸지 않고 아침에 일어나기만 잘 일어나면야 잠을 못자는 건 별로 상관없는데 장마철인양 약한 두통이 가시지 않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 아마 몇일을 더 보내고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면 나아지지 않을까 싶으니 그러려니 하고 일단 방치하고 있다.
메르스니 뭐니 다들 난리인데 혹시라도 감염자가 내 근처에 있다면 뭘 어떻게 해도 걸리는 것이고, 없다면 딱히 걸리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고 만다. 손이야 원래부터 너무 씻어 문제였고, 잔병은 많지만 큰 병은 없이 살아오기도 했으나 이것이 바로 근자감. 하지만 통근버스+지하철 콤보의 출퇴근을 안 할수도 없는 노릇이니 걱정만 한 가득 늘어놓기엔 그저 먹고 사는것이 우선이다. 기관지 염이 낫지 않아 간간히 터지는 기침에 마스크를 쓰고 다니며 컹컹거리면 그 붐비는 퇴근 지하철에서도 한가해진다는 덤이 은근히 마음에 든다고는 딱히 말하지 않을테야. 그냥 아무 일도 없는 양 평온하게 지낸다.
시간을 보내면서 쌓아가는 것이 관계의 단계라고 생각한다. 쌓이면서 커져가는 애정과 신뢰는 그 관계를 더욱 깊고 단단하게 만들어 줄테고, 쌓이면서 불어나는 불만과 사소하지만 고쳐지지 않는 것들은 관계를 좀먹어 끝을 만들겠지. 언제나 모든 것에 날을 세우고 신경을 써서 한치의 틀림도 없이 정결하게 누군가를 대할 일은 아니지만 - 가족이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용서를 바라고, 오래된 친구이기에 더 많은 이해를 당연하게 여기고, 연인이기 때문에 상대방의 희생을 사랑이라 시험하고, 부부이기 때문에 모든 행동이 허락될것이라는 '그 것'들이 부디 없어지면 좋겠다. 상대방이 내어줄 수 있는것의 한계를 어째서 모르는걸까, 사실 모두 다 한계도 없이 마르지 않는 애정으로 살고 있는데 나에게만 한계가 있는 것일까. 당연한건 없다고 생각하고 살아왔건만, 자꾸 주위에서 당연한 것이라는 듯 군다. 정말 나만 모르는 무언가가 있는 것일까.
불광역에 '술집 타디스'라는 가게가 있다고 한다. 심지어 외장 인테리어가 타디스란다. 닥터후 관련해서 feed를 등록해 둔 블로그에 새글이 올라와 그런 곳이 있다는 글을 읽다 불광역이라고 해서 매우 놀랐다. 이 서울 변방까지 넘실거리는 덕질의 향연이라니. 후비안은 대단해. 하지만 주위에 후비안이 없어 같이 갈 사람이 없는 것이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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