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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기

_e 2018. 2. 19. 13:59

은수저에서 미카게네 할아버지가 하치켄에게 미각이 좋다는건 어릴때부터 부모님이 좋은 음식을 먹이며 키워준거라고 하는 말에 아, 했던 적이 있었다. 다른 사람에게 흔하게 했던 말 중 하나로 어릴때 읽었던 책으로 쌓아 둔 걸로 평생을 살고 있다는 것과 비슷한 맥락의 말이구나 싶었다. 어릴때부터 몸에 붙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들 중의 몇가지는 일종의 유산이다. TV를 잘 챙겨보지 않는 것, 따로 건강 관리를 하지 않지만 큰 병 없이 지내고 있는 것, 밤이 늦으면 까무룩 잠이 오고 해가 뜨면 어느 순간에는 눈이 떠지는 것, 음식은 가리는 것 없이 다 먹지만 할 수 있다면 알맞는 간과 알맞는 온도로 먹을 수 있도록 하는 것에, 하다못해 살면서 가지고 있자면 인생이 편해지는 빠른 포기까지. 각각의 습관들이 시작된 이유야 다양하지만 그 이유들이 아무렇지도 않아진 때가 있었고, 그때부터는 어떠한 설움도 없이 감사하며 살고 있다. 전에는 션과 이야기를 나누다 포기에 대한 것이 나왔고 거기에 대해 지금의 빠른 포기는 어릴때의 포기 덕분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모든 사람들은 작게든 크게든 포기를 하며 살아왔을테니 지금쯤이면 빠르고 쉬운 포기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나의 포기는 정신적인 문제가 아니라 의식주의 문제였으니 미련을 가질 것 조차 없었다는 이야기도 했던 것 같다. 얼마 전에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m과 나누다가 앞에 적은 받은 것들을 나열하며 물질적인 건 전혀 없어도 받은게 참 많은 것 같다며 웃었다. 받은 것과 겪은 것, 사고한 것들과 사유한 것들이 쌓여 지금을 만드는 거겠지. 계속해서 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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