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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dinary

언어의 모양

_e 2017. 11. 1. 12:52

언어의 모양새와 짜임새에 예민한 것은 삶에 하등 도움이 되지 못한다. 문장을 전문적으로 공부하고 업으로 삼아 평생을 갈고 닦기에 정진하면 모를까, 언어와는 상관 없는 일을 하고 언어와는 관계없는 이들을 만나다보면 나를 공격하는 언어들만이 난무하다. 물론 나는 유난히 물 위를 헤엄치는 횟수가 잦은 개구리고, 그들이 던지는 돌은 나를 맞추려는게 아니라 물 수제비를 뜨려는 것이니 자의적인 공격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지만 옆에서 첨벙이는 물도 직접 와 닿는 돌도 쉽지 않다. 그리고 쉽지가 않을때마다 내가 유난인거겠지- 하고 생각하고 만다. 해결책이 없는 때에는 남 탓보다 내 탓이 편하다. 오고가는 문장이 쌓이고, 그 문장에 녹아있는 단어들이 쌓여가면서 이루어지는 관계 한켠에는 내가 소화하지 못한 것들이 작게 쌓여있다. 그것을 굳이 가져다 우리의 가운데에 떡하니 놓을 필요는 없지만 쌓여있는 것들이 상하기 시작하면 나는 과연 괜찮을까를 생각한다. 예전에는 어려웠던 것들이 쉬워지고, 아무렇지도 않던 것들이 어려워지고 있다.

장농을 걷어차서 가운데 발가락이 새까맣게 멍이 들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냥 평소처럼 걷는데 장농에 발을 부딪혔다는게 맞겠다. 평소에 얼마나 힘을 주고 걷는지 알 것 같은 이 기분. 그 발을 하고 할로윈을 맞이하는 홍대에 나가 공연을 보고 왔다. 우리 오빠면 절대 포기 못했을텐데 아직은 남의 오빠라 포기 한다는 우스개 소리를 하며 입장번호 9번을 들고도 맨 마지막에 입장했다. 공연은 한가하게 볼 수 있어서 발에는 도움이 되었지만 초대권을 받고 입장한 한무리의 어른 남자들이 공연도 제대로 안보고 중간에 단체 셀카를 찍고 지들끼리 웃고 떠드는데다가 어르신 한분의 전화가 우렁차게 울려 맘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초대권이 이렇게나 위험한 겁니다 여러분.

종종, 엄-청 사소한 것에 동경하고 멋져보이던 사람이 사실은 나랑 똑같이 평범하다는 걸 알아버린다. 고양이를 잃어버렸다는 포스팅 댓글로 글 잘보고 갑니다가 붙자마자 꼬박꼬박 스팸 신고 버튼을 누른다. '일단 햄스터볼에 들어가 있으라'는 문장을 보자마자 '나는 동성애를 찬성해'라는 문장을 떠올렸다. 오래 된 지인과의 안 맞는 성향과 생각들이, 정이 들고 손에 익어 자주 입고 버리지 못하는 니트가 어느 모서리에 걸려 올이 튀어나온 듯 손 끝에 거려 꾹꾹 눌러 넣어 본다.

사람이 별로 없는 따뜻한 섬의 나무 그늘에서 가만히 지내고 싶다.

차나 한잔 옆에 두고, 화면은 안보고 소리나 듣게 오래 된 예능이나 봤던 영화 드라마를 틀어두고 자수를 해야지. 주말마다 행사가 있고, 프로젝트들이 11월 중순에서 12월 중순으로 밀리다 못해 2-3월까지로 연장이 된데다가, 집에 달려가자마자 새로 생긴 일을 하고 늦게 잠드는 것이 반복이 되고 있으니 아마 한참 뒤의 일이겠지만. 오랜만에 읽을 시간도 없을 전자책이나 잔뜩 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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