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HYANG

몸살에 출근을 하지 못한 날, 늦으막히 일어나 간단하게 방을 쓸고 원단들을 몇개 꺼내 선세탁을 하고 널어둔다. 간단한 소품을 만들때는 따로 하지 않는 과정인데 잦은 세탁이 필요한 키친크로스를 만들 생각이라서 - 귀찮지만 꾹 참고 선세탁을 해두면 다 만들고 나서 세탁할 때 틀어짐이 적더라. 가끔은 귀찮은 일도 해야지. /// NEX-5N, SEL 1855

가끔 그럴때가 있잖아. 지금 당장 사랑한다고 말해야 할 것 같은 순간. 요 몇 일 아니 요 몇 주 동안 드문 드문, 사랑한다고 말해야지 하고 마음먹고는 얼굴을 마주하면 까맣게 잊어버리고는 장난스레 웃었지. 떨어져 있을때면 파도치는 것 같은 그 마음이 같이 있을때면 왜 그렇게 햇볕 반사되어 반짝이는 잔 물결 같은지, 얼굴만 쏙 빼놓고는 둥둥 떠다니고 싶은 그런 호수 같은지. /// SIGMA DP2

플랫폼 내려가는 계단 앞에 그려진 화살표가 귀여워서 옆에 있는 ck에게 "갈매기 같지?" 하니 "여긴 바다 없썽" 하고 답이 돌아온다. 그치, 바다 없지. 그래도 갈매기 같다. 동화책에 있을 것 같은 노란 갈매기. 스무살 언젠가 한번 왔었던 기억에 식장만 찍고 급히 돌아가는 기억을 모두 합쳐도 가물가물한 원주는 저 갈매기 화살표만 머릿속에 꾹. /// galaxy note2, camera360

신이 나서 아무도 없는 잔디 위를 달렸다. 해는 불그스름하게 질 준비를 시작했고 우리도 역시 집에 돌아 갈 준비를 시작했다. /// NEX-5N, SEL 1855

공연, 빙수, 클러치백, 엄지발가락, 여름, 양산, 언제나 고양이들.

가끔하는 손바느질에 가지고 다닐 핀쿠션이 필요하겠다 싶어 베란다 재활용 쓰레기통 앞에 굴러다니던 페트병 뚜껑을 주워다 간단하게 만들었다. 솜 빵빵하게 넣은 천을 시침질해 쭉 당겨주고 오공본드 잔뜩 부어 뚜껑에 넣고 꾹 눌러 완성. 포동 포동 쿠션이 마음에 드는지 바느질 하고 있으면 바늘 없이 맨몸으로 있는 녀석을 김크림이 자꾸 탐내서 어느샌가 앞발로 끌어다 제 앞에 놓고 누르고 씹고 굴리고는 한다. /// galaxy note2, camera360

만나서 하릴없이 보내는 시간도 좋지만, 가끔은 무언가 해보자며 미니 고래 도안과 천들을 챙겨 만남을 가졌다. 손바닥에 올려놓을만한 사이즈의 미니 고래들. 한두시간 안에 만들수 있는건 좋지만 너무 작아서 꼬리가 밖으로 잘 나오지 않는다. 덕분에 도안을 수정해서 다음에 다시 만들어보는걸로. 짤뚱한 꼬리 고래 세마리 - 지만 하나는 제대로 길다. /// galaxy note2, camera360

오사카에 갔을 때 타이거 코펜하겐에서 구입하고 싶었지만 보이지 않아 포기했던 티 필터. 중국에서 일반 우편으로 주문한지 20일만에 도착해 우편함에 꽂혀있었다. 받자마자 바로 우려낸 티는 마리아쥬 사쿠라. j씨 잔에 담겼던건 카렐차펙 굿나잇티. 집에서 차를 마실 시간이 많지 않아서 자주는 못 쓰지만 잘 쓰고 있다. // galaxy note2, camera360

별다른 대화도 별로 없지만 전혀 어색할 것도 없이 한적하게 뒹굴거리던 주말 오후의 카페 지하벙커 /// galaxy note2, camera360

퇴근길에 시장을 기웃거리니 천도복숭아 열개 삼천원을 외치는 아저씨 뒤로 못난이들만 모아놓은 박스가 보인다. 백도 세개 천원, 천도 일곱개 천원. 제일 단단한 놈들로 골라 남아 2천원을 내밀고 집에 오니 j씨가 어느새 뽀독뽀독 닦아 소쿠리에 담아두더라. 덕분에 아삭아삭 복숭아 잔치. 시장은 언제나 만세. /// NEX-5N, SEL18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