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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과 아침의 풍경

_e 2014. 3. 19. 14:29

야근을 마치고 9시 버스를 타고 서울에 올라와, 집에 돌아가는 지하철을 타면 사람들이 내어놓는 소리가 그득 들어차 귓가에 왕왕거린다. 급하게 이어폰을 꺼내 귀에 꽂고 음악을 재생하고 나면 마음이 조금 편안해진다. 알콜 냄새가 나는 말들이 오고 가고, 점점 커지는 목소리는 핸드폰 넘어 사라지기가 무섭게 다시 몸집을 키워 다시 나타난다. 들고 있는 핸드폰에 얼굴을 묻고 있자면 위쪽 시야에 들어오는 다리들이 한참을 서다 사라졌다, 다른 다리로 채워지며 지하철이 달린다. 늦은 밤에도 우르르 사람들이 몰려 내리는 우리 동네 역에는 꼭 하나둘 기둥에, 벽에 기대어 있는 이들이 있다. 커다란 아저씨가 이마를 대고 비스듬히 서 있는 기둥을 조심스레 뱅 돌아 사람이 가득한 계단을 밟는다. 썰물과 밀물에 움직이는 부표처럼 흔들거리며 지하철역을 나오고 나서야 한가하고 익숙한 골목이 보인다. 오르막길. 어젯밤에는 지하철 안에서 읽던 책이 재미있어, 화면을 끄지 않고 걸으면서도 읽는다. 멀리서 보면 얼굴만 둥둥 떠 있는 것처럼 보이려나 싶다.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보면서 걷는 것은 사람이 거의 없는 골목을 지날 때의 작은 사치일까. 페이지는 넘어가고, 집은 가까워져 오고, 교복을 입은 얇은 다리가 급하게 옆을 지난다. 미세먼지에 황사까지 온다더니 목이 칼칼해 큼큼거리며 1층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고, 계단을 오르면서는 오늘은 꼭 손톱을 깎아야 한다며 긴 손톱을 만지작거렸다.

더는 일어나는 것을 미루자면 지각일 시간의 알람이 울리고, 손을 뻗어 알람과 가습기와 전기장판을 차례대로 끈다. 3월의 중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날이 추워 장판을 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머리 쪽의 열선이 망가진 장판은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임시로 꺼내어져 올겨울을 꼬박 침대에서 버티고 있다. 이번에는 꼭 버릴 수 있어야 하는데, 머리만큼만 빼고 나머지는 따뜻해 다시 어딘가로 들어가 다시 겨울을 기다리려나. 준비하다 보면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아침에는 몇 분의 차이로 버스를 타기도 하고 놓치기도 한다. 몇 달을 다니다 보니 익힌 시간이 있다. 6시 3분이 되고 몇 초가 지난 뒤의 파란불. 그 파란불만은 사수해야 한다. 1-2분 차이로 급해진 걸음으로 버스 정류장을 향해 걷는다. 아직은 해가 짧아 어둑한 길에는 의외로 많은 사람이 지나다닌다. 버스에 올라타니 자리가 마땅치가 않아 뒤쪽으로 들어가 슬쩍 비어있는 자리에 엉덩이를 걸치고, 한숨을 고르고 나면 내려야 할 때. 그래도 3월이라고 이제는, 셔틀버스에 올라타 기사 아저씨와 인사를 나누고, 매일 앉는 자리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고, QT를 하고 잘 준비를 할라치면 어슴프레 날이 밝는다. 그렇게 아침, 다시 한번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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