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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 월의 책 읽기

_e 2014. 3. 31. 19:22


나는 잘하는 게 하나도 없었다. 오직 딱 한 가지에만 능했는데 아무에게도 자랑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이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아무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자긍심을 가지고 무덤으로 가는 것일까. / 살인자의 기억법 - 김영하

어린 시절, 떼를 쓰거나 응석을 부릴 대상이 부재했던 이들은 결코 꿈을 가질 수 없다. 자신의 꿈을 받아줄 이가 이 세상에 아무도 없는데 무슨 꿈을 꿀 수 있을까? 그러므로 아이들의 '땡깡'을 받아주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 일 터, 삼촌이 그토록 감격에 겨워한 것은 단지 오토바이를 손에 넣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자신이 떼를 쓸 때 그것을 받아줄 사람이 이 세상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걸 처음으로 확인했지 때문이었을 것이다. / 나의 삼촌 브루스 리. 1,2 - 천명관

비실거리던 화초들이 조금씩 푸르러진다. 물과 햇살만 먹고 저리 예쁜가. 물과 햇살만 먹어서 저리 귀한가. 수분과 온기만 남기고 이제 그 기억을 지운다. 그대도 홀로 푸르러라 / 밤 열한시 - 황경신

환자들과 학생들에게 '자신에게 부드럽게 말하기'에 대해 이야기하면 너무 자기중심적이고 '미 제너레이션(Me Generation: 자기 위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현대의 젊은 세대를 일컬음)'답다는 대답을 자주 듣는다. 그러면 나는 "미 제너레이션이 정답이예요"라고 말한다. 긍정적이고 건강한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게 '인생에서 가장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라고 묻는다. 일반적으로 다른 사람을 조종하려는 욕구가 있는 사람들이 '미 제너레이션'에 대해 가장 비판적이다. 그들은 타인의 죄책감을 자극하거나 '이기적'이라고 비난함으로써, 또는 개인의 행복과 자아실현을 추구하는 것을 가치 없는 일로 폄하함으로써 다른 사람을 조종하려고 한다. 그러나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한 자신을 기쁘게 하려는 노력은 전적으로 정당하다. 물론 자기애가 지나치면 다른 사람들에게서 호감을 얻기 어렵다. 자칫 이기적인 성격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단순히 자신을 향상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이기적이라거나 자기애가 지나치다는 비난을 너무 자주 받는다는 점이다. 내성적인 사람들 역시 종종 자기도취에 빠져 있다는 오해를 받는다. 그들은 속내를 드러내지 않으며 자기 감정을 내보이거나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지 않는다. 단지 자기 향상이라는 목표를 향해 조용히 내면을 탐구하며 정진할 뿐인데도, 그들의 과묵함은 타인에게 무관심으로 자주 오해를 받는다. / 나는 왜 행복하지 않을까 - 페넬로프 러시아노프

그제야 다시 밝아지는 엄마의 얼굴, 그러곤 꼭 꿈에 젖은 소녀 같은 표정으로 엄마가 이 대화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아니 뭉클하게 장식한다. "엄마는 살면서 처음으로 내일이 막 궁금해져."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다. 엄마가 되기 전에는 당신에게도 소망하는 내일과 기대하는 미래가 있었을 텐데, 엄마가 된 이후로는 자신을 내려놓은 채 온전히 누나와 나만을 위해 살았다는 사실을. [엄마의 여행 노트 #9] 가능할 거라 생각지 못했던 일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이뤄지고 있다. 언제 품어봤는지 모를 열정이 자꾸만 샘솟는다. 그래, 나는 여행 중이다. / 엄마 일단 가고 봅시다 - 태원준


[엄마의 여행 노트 #9] 길가에 피어있는 들꽃 한 송이도 예쁘다 느꼈던 내가 당신을 잃고는 세상이 흑백이 되었었지. 솔직히 말하면 당신과의 추억이 많은 곳에 있고 싶지 않았어. 어느 곳을 보아도 슬퍼졌으니까. 어쩌면 그러한 마음 때문에 쉽게 여행을 떠나왔나봐. 지금 이 먼 타국에서 당신과의 추억을 떠올리는 걸 보면 아팠던 내 마음도 많이 나은 모양이야. [엄마의 여행 노트 #14] 여행을 오래 하다보니 세상일에 대한 걱정이 사라진다. 내일이 아니라 오늘이 중요하기 때문인 것 같다. / 엄마 결국은 해피엔딩이야 - 태원준

할머니가 고집을 피울 때 엄마가 '나무를 흔들러 간다'는 말을 했기 때문일까? 이제 할머니를 보니 다른 나무들에서 멀리 떨어져 작은 언덕 위에 홀로 서 있는 처량한 늙은 떡갈나무가 떠올랐다. 어쩌면 나무들도 어떤 의미에서 몸은 딱딱한 껍질속에 갇히고 발은 땅에 푹 박힌 채 멀리 가고 싶어도 차마 가지 못하는 불쌍한 존재들이라는 희한한 생각 속에 잠기게 된 것도 그 즈음의 일이었으리라. 하지만 그 누가 마음 가는대로 훌쩍 떠나 버릴 수 있겠는가? / 전지전능한 할머니가 죽었다 - 가브리엘 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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