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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F 2013

_e 2013. 10. 21. 22:22




19일. 첫날. 해가 쨍하고 나오질 않아 작년에는 얇은 티 한장이었는데 올해는 12월에 입는 외투를 입었는데도 추워 내가 늙은 건지 날씨가 안 좋은 건지 잠시 고민했다. 고민해야 무슨 소용이며, 뛰다보면 괜찮겠지라며 바람은 차고 해는 뜨거운 가을이라 그런걸로. 입구에 사슴이 잔뜩이라 좋았던 나는 사슴 덕후. 사슴, 기린, 얼룩말 기타등등 엄청 좋아하는 나에게 딱 맞는 올해의 컨셉이었고, 자연과 함께 하는건 내년에도 이어진다니 기대해 볼만 하다.





피크닉존은 언제나 가득 차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피크닉존에 돗자리 한번 펴보겠다며 아침 일찍 가서 줄을 서고 (그렇다고 많이 일찍도 못가니 항상 어중간하게) 겨우 자리 하나 차지해 앉았지만 올해는 포기했다. 언제나 그렇듯이 포기하면 편함. 일행이 둘 뿐이라 가볍기도 했고 둘 다 피크닉보다는 페스티벌에 치중하고 싶어하는 성향이 잘 맞아 떨어져서 지나다 무대 시작하면 한켠에 서서 덩실거리며 보다 다시 자리를 옮기고 그런식으로 낮시간들을 보낸 것 같다. 어차피 그민페에 도시락을 싸가는건 일회용품은 안되니 재활용용기를 사용해야 하며, 그걸 담는 큰 가방은 무조건 스테이지마다 검사를 해서 입장을 해야 하는 점점 번거로운 일이 되어버리고 있으니 비싼 돈 주고 사먹는게 낫다. 편의를 위해서 돈을 더 쓸 수도 있지 뭐. 그민페는 Earth 캠페인을 매년 진행하는데 사실 그렇게 친환경적이진 않다. 쓰레기 처리 비용을 지불하기 때문에 업체에서의 일회용품은 가능하고 개개인의 일회용품을 제지해봐야 사먹는 사람이 늘어나고, 일회용품은 산더미처럼 쌓인다. 처리 비용을 내면 자연이 파괴되지 않는건 아니잖아. 지구랑 딜하는 것도 아니고. 뭐 그렇다고 해도 분리수거나 쓰레기 수거는 잘 되는 편이라 쾌적한 환경인건 좋다. 특히 올해는 어느때보다 쓰레기쪽 자원봉사자들이 훌륭하게 임무를 수행해서 이렇게나 사람이 많은 페스티벌치고는 매우 깨끗했지. 어쩔 수 없이 자연은 계속 파괴해도 환경이 쾌적한 좋으니까 괜찮아.


요령이 생겼는지 여유가 생긴건지 하루종일 먹고 마시며 돌아다니면서도 번잡한 곳들 피해 잘 먹었다. 하다못해 스테이지 밖에 아무도 앉지 않는 벤치조차도 하늘은 파랗고 노래가 들려오니 잠깐 앉아 한가하게 밥먹기는 좋은데 돈내고 길바닥에서 밥 먹어야 하냐며 본전 생각하면 못하겠지. 쉬고 싶으면 굳이 돗자리 필요없이 실내 공연들어가서 좌석에 앉으면 무대랑은 멀어도 사운드 빵빵하고 쾌적한 온도라서 쉬면서도 신나게 덩실거릴 수 있는데 그민페의 이미지가 가을 소풍이니 별 수 없는 거라고는 생각한다. 심지어 메인존이 미어터질때 체조경기장 등등은 널널하고 쾌적했었는걸. 그래서 생각을 해봤는데, 자리맡기니 뭐니 말이 워낙 많으니까 그냥 돗자리 깔 수 있는 존을 줄 쫙쫙 긋고 바둑판 형식으로 마련해놓고 거기는 따로 선착순으로 입장을 시키는거지. 1m*1m에 만원씩. 깃발 꼽고 따로 돗자리 팔찌 하나 더 받고 자기 자리 받으면 하루종일 비워도 자리값 냈는데 뭐 어때. 대신 그 돗자리 공간 이외에 펼쳐진 돗자리들은 가차없이 치우는거야. 물론 그민페 운영 공간에서만, 티켓 안 끊은 사람도 걸어다닐 수 있는 길바닥에 까는건 냅둬야지 뭐. 그렇게 하면 굳이 티켓 값 올리지 않아도 적자는 면할 수 있을거고, 갈등없이 지낼 수 있을거 같은데 이렇게 하면 모두 '돈독이 올랐냐'고 득달같이 달려들겠지. 제발 뭔가 원하면 거기에 대한 댓가는 지불할 생각을 해야하는데 그게 잘 안된다. 지금도 지불하고 있다고 하겠지만 지금 지불하는걸로는 부족하니까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가 - 까지 쓰다 내가 지금 사회 전반적으로 깔려있는 거지 근성에 대해 이야기 하려는게 아니잖아. 다시 이야기를 거둬들이고. 그냥 하지 말라는거 안하면 참 좋은데 하는 애들이 어딜가나 곳곳에 있어서 문제라는 얘기...가 아니었는데!





올해의 발견1 쏜애플. 피터팬 컴플렉스 무대를 들으며 간식을 잔뜩 먹고는 어느 무대를 갈까 하다 노래가 좋다며 션을 꼬셔 체조경기장으로 들어갔다. 결과는 션도 나도 대만족. 음원으로 듣다 무대 보면 실망하는 경우도 있는데 다행스럽게 그런 경우는 아니었고, 열정 가득한 무대였다. 세련되고 일상을 말하는 듯 노래하는게 어느 순간부터 홍대 유행이 된 기분인데, 그런 것들과는 다른 노선의 쏜애플. 가사도 그렇고 퍼포먼스나 연주도 밴드를 보고 자라 온 남자애들이 모여서 만든 밴드의 느낌.




소심한 오빠들. 멘트만 들으면 하나도 안 소심해. 찰진 멘트와 함께 I ♡ 소심 티와 소심모자를 쓰고 나타나서 노래를 하다 떼창용으로 8090 메들리로 마무리. 왜불러와 뿌요뿌요로 시작한 메들리는 머리 어깨 무릎 스웨그와 비투더아이투더 뱅뱅으로 끝났다. 간식 먹으러 푸드존 끝자락 남는 자리에 돗자리 깔고 우연찮게 들었는데 즐거워서 이런게 페스티벌의 묘미라며.




올해의 발견2 술탄오브더디스코. 승환옹의 공연이 토요일 엔딩으로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둘 다 쉬엄쉬엄 서있자며 스탠딩존으로 들어간거라 준비따위 되어있지 않았건만, 나의 준비에 상관없이 군무가 시작되었고 신나게 뛰고 율동하고 허리를 돌렸다. 공연음란죄에 재능이 있는 핫산과 자꾸만 노라조가 생각나는 나잠의 터번은 왠지 갖고 싶어진다. 너무 신나게 놀아서 살짝 환옹이 걱정됐지만 그래도 일단 놀고 보는거지.




안녕바다. 안녕바다는 워낙에 음악도 많이 들었고 좋아해서 기대했는데 살짝 기대에 못미쳤다. 새 앨범을 옛날 앨범보다 잘 안듣기도 했고, 나는 가사를 외우는데 완전 꽝인 재능을 가지고 있어서 더 그렇겠지만 공연용으로 편곡한 곡들은 분명 아는 곡들인데도 따라 부를수가 없어서 그랬던 모양. 소심한 오빠들의 뿌요뿌요 덕분인지 나무씨는 왠지 유피 같은 외모를 가지고 있다고 말하면 아무도 못 알아 듣겠지. 그 와중에 환옹 짱팬으로 추정되는 그룹이 펜스를 잡고 하루방의 모양새를 취하고 있어서 나는 너무 보기가 싫었다. 자기 오빠 기다린다고 남의 오빠 공연 망치지 말란 말이다. 어떤 노래가 나와도 움직임이 없을 것 같던 무리들은 클라이막스때가 되자 겨우 반지하의 노호혼처럼 고개만 살짝 까딱거렸다. 너네 미워.




솔튼페이퍼. 환옹이 제작해서 요새 홍보에 열심인 것 말고는 아무것도 모르고 갔는데 한국말 못해서 좀 웃었다. 마치 내한가수 보는 느낌을 주었지. 앨범 자켓이나 사진으로 봤던거보다는 고왔고 노래도 나름 잘해서 여자애들이 좋아할 것 같다. love strong 부른다길래 타블로가 피처링 한 랩은 어쩔것인가 잠시 걱정했는데 노래보다 랩이 더 내 취향. 으웡. 그 와중에 위에 쓴 하루방 무리들이 안녕바다보다 더 열렬한 반응을 보여서 솔튼페이퍼를 자식처럼 여기는것인가를 생각했다. 엄마미소를 지으며 움직임도 더 활발했지. 마치 앤디 팬들이 틴탑을 보면 앤디 생각에 우쭈쭈 해주는 것이 이런것 같을까.





환옹은 사랑입니다. 우윳빛깔 이승환, 사랑해요 이승환! 올해 공연한 환니발 가져다 축소해 준단공 해주셨다. 처음 시작에 십센치와 플레이밍립스 '생까고' 와준 여러분께 보답하겠다고 했는데 보답 확실히 받음. 후회따위 없다. 플레이밍 립스에 흔들렸던 내가 미울 뿐이지, 내가 이걸 왜 재고 있었던가. 이승환인데, 환옹인데. 환옹은 작고 파워풀했고, 운동 많이 하셨는지 예전보다 팔뚝이 두배라서 공연이 끝날 무렵에는 죽을 것 같으면서 환옹은 나보다 체력이 좋으니 하나도 안 힘들거라는 생각도 했다. 그민페는 3년에 한번씩 오는게 룰이라고 하셨으니 3년후에 뵙겠습니다. 신나는 무대는 펄쩍펄쩍 뛰느라 체력을 쓰고, 감성돋는 무대는 감동하느라 체력을 써서 숙소로 걸어 갈 체력만 간신히 남기고 탈탈 다 털어 불태웠다. 이벤트로 팬들이 휴지도 던지고 꽃가루도 던지고 했는데 매우 프로페셔널하게 이루어져서 나는 그만 허무하게 끝났던 김사랑 단공의 종이비행기를 떠올리고 말았다. 크흑. 역시 이런것도 해본 사람들이 잘 하는거야. 앵콜따위 더는 외칠 수 없게 엔딩크레딧까지 올려주시는 꽉찬 공연. 감사합니다. 이승환은 사랑입니다. 그러고보니 환옹은 내가 아주 어릴적부터 지금까지 항상 있었구나. 같이 자라온 것도 넘어서 같이 살아온 그런 느낌.






20일. 둘째날. 해가 쨍쨍하다. 선글라스는 해가 질때까지 떨어질 줄 모르고 한 몸이 되었다. 그 와중에 여름에 탄 발등이 더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비명을 지르며 썬미스트를 수시로 뿌려댔지만 소용없이 그라데이션으로 까매졌다. 3단 까망. 잉. 다음날 5시에 기상해서 먼길 떠나 출근해야 하고 휴가도 마땅찮은 프리랜서 신세는 넬과 자우림의 사이에서 엔딩 공연을 고민하다 결국 포기하면 편해 모드로 돌입. 일단 하루를 좀 즐겨보고. 메인 입장줄이 너무 길어 한산하게 카페블러썸쪽 줄을 기다렸는데, 당연히 제일 첫무대인 넘버원 코리아 무대 12시 반에 게이트 오픈 할 줄 알았는데 메인 입장줄이 안끝났다며 오픈을 안해서 좀. 메인 줄 서는 사람들은 넘버원 코리아가 목적이 아니라 메인 무대랑 피크닉 존 돗자리 깔기가 목적일텐데, 블러썸 무대 보려고 기다린 사람들도 메인 줄로 보내버리고 그 사람들은 아마 무대 끝날 때 까지 못 들어 갔을거다. 게이트 옆 벤치에 앉아 울타리 넘어로 들려오는 신나는 무대를 들으면서 신인가수 홀대하는 것 같다며 조금 씁쓸해서, 게이트가 두개인건 좋은데 줄을 두개 세웠으면 더 나았으려나 싶기도 하고. 작년엔 메인 게이트 밖에 없었고 처음 열었던 게이트라 운영이 혼란스러웠던 것 같기도 하고.




디어클라우드 노래를 반찬삼아 또 잔뜩 먹고 (분명 숙소에서 나와서 순대국 먹고 올림픽 공원에 왔는데 왜 감자가 잔뜩 또 들어가는 것인가) 어딜갈까 하다 수변무대 구경 못해본 션이랑 슬쩍 들러 시작 전 무대도 보고 나와 해가 뜨거워 체조경기장. 솔루션스의 무대가 한창이었고 션은 내게 멤버들이 외국에서 살다온건지를 물었다. 분명 한글로 솔로활동 하던 둘이었는데 왜 영어노래만 부르는지는 모르겠지만 돌출 무대에 종종 출동하는 박솔과 언제나 귀여운 나루까지 신나게 놀았다. 멀리 좌석에 앉아서도 신나게 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듯이 늘어져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둘만 엉덩이만 좌석에 붙어있지 덩실덩실 춤추고 난리도 아니었네. 년수가 더할수록 체력이 딸리는건 나이를 먹는데 운동을 안해서겠지, 그럼 체력을 길러야한다고 생각하는게 정상일텐데 쉬엄쉬엄 다니면 된다고 생각해버린다.




몽키즈. 귀여워. 카페블러섬은 다른 공연들 옮겨가면서 우연찮게 새로운 무대를 접하기에 제일 좋다. 지나가는 길에 걸음을 멈추고 덩실거리고 폴짝폴짝 뛰면서 무대 관람. 꼭 맨 앞이 아니어도 얼마든지 신나게 놀 수 있음. 동물 옷을 맞춰입은 커플도 보았는데 더울 것 같다며 안에는 옷을 챙겨 입었는가 속옷만 입었는가 잠시 토론도 했다. 그래도 밴드들 음악 들어온 가닥이 있어서 아는 노래 몇곡 나와 더 반가웠던 무대.




보디스. 소란을 볼까 했는데 뜨거운 햇님 아래서 그민페 인기남들인 소란의 무대를 와글와글 섞여 볼 자신이 없어서 다시 체조경기장. 올해는 메인 무대와 피크닉존에 사람이 너무너무너무 많아서 오히려 실내쪽은 한산하기까지 해서 굳이 메인에만 있을 필요없다고 다시 한번 느꼈다. 보디스는 일본 밴드. 노래는 신나고 멤버하나는 '재밌어요'라는 한국말 하나 배워두었는지 물음표 느낌표 마침표를 써서 재밌어요 만으로 멘트를 완성했다. 보컬은 매우 귀여운 페이스였는데 노래가 절정에 다다르고 표정도 절정에 다다를때면 하하 닮았어 (...) 그냥 표정은 전혀 아닌데, 일본 젊은 꽃미남 계열인데 노란 머리에 찡그리면 하하야. 하하가 못생겼다는건 아니지만 뭐랄까 얼굴이 아까워서 조금ㅠㅠ 그래도 귀엽고 신나게 봤다. 밴드들 보면 귀여운게 막 느껴지는걸 보니 나이를 먹긴 먹었나봐.
 




가을방학. 계피의 목소리는 명불허전. 남자팬들 많다. 그민페에서 매우 드물게 떼창에 남자 목소리가 가장 많이 들리는 무대. 계피는 항상 수변에서만 있었는데 메인은 처음이라며, 이런게 메인의 맛이구나 - 라고 했고 바비씨는 노래 중간에 우윳빛깔 김계피 라고 추임새를 넣다 구박받았다. 오래된 커플 들으면서 j씨 생각도 잠깐 했다. 첫날 메인 오프닝이 피컴이고 그 다음무대가 제이래빗이라 같이 왔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했었는데 j씨는 힘들거야. 그냥 나만 신나게 노는거지 뭐. 으하하.




내게는 둘째날 베스트 무대 스윗소로우. 스윗소로우는 무대만 보면 열광을 하면서 광신도가 될 것 같은데 평소에는 잊고 지내다 다시 무대만 보면 넘어간다. 최고야 최고. 왜 그럴까 생각을 했는데, 돌아오는 길에 스윗소로우 노래를 들으면서 깨달았다. 음원으로는 무대만큼의 매력이 요만큼밖에 없어. 무대에서는 내 청춘과 정열을 바칠 수 있을 것 같은데. 발라드 3곡 연달아 부를때는 끝날 때 마다 박수도 제대로 못 치고 션이랑 두손 꼭 잡고 탄성을 뱉어내며 녹아내릴 것 같이 굴다 신나는 곡 할때는 남은 나의 체력을 불태웠다. 내 바로 앞에 키 큰 남자 사람이 일행에 끌려왔는지 호응을 못하고 스크림에 놀라더니 서서히 적응이 되는지 같이 율동도 열심히 하더라. 덕분에 시야는 조금 가려졌는데, 내가 있는 무대 마주보고 왼쪽이 스윗소로우 짱팬 구역이었던 덕분에 큰 형아가 자주 앞으로 나와주시고 최고라며 즐거워 해주셔서 큰형아 원없이 봤으니까 괜찮아. 나의 아저씨 취향은 언제나 변함이 없어 내년이면 마흔이 되는 큰형아라 작년 제작년보다 훨씬 더 좋아. 잔망스러운 아저씨. 게다가 눈웃음이야. 녹아버릴거 같아. 남자는 나이먹고 혼자면 몸이 축난다던데 예전보다 이미 축 나있는것 같아 안타까웠지만 그것이 중년의 미덕... 아직 중년은 아닌가. 그래도 너무 좋아. 누가 우리 형아 장가 좀 보내줘요. 엉엉.




그 다음은 어반자카파. m은 메인 헤드라이너인 넬 보겠다고 아침에 7시에 출발해 네다섯시간 입장줄에서 기다리다 펜스를 잡았다고 했는데 가을방학부터 들어간 우리는 두둥실 밀려 앞에서 3번째줄까지 앞으로 나가서 왠지 미안했(...) 스윗소로우 끝나고 데브로 옮겨가는 사람들의 무리와 교체되어 밀려오던 넬 팬들 속에는 외국인 언니도 둘. 맹렬한 기세로 달려와 우리 앞으로 나아가고 션은 발을 밟히고 난리도 아니었는데, 미안한지 말을 걸더니 누굴 보러왔냐고. 넬을 보러왔다니까 자기들도라며. 이것이 글로벌 러브.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사랑. 현아언니는 제작년인가 봤을땐 손승연 닮았다고 생각했었는데 왜 이렇게 예뻐졌지. 자기도 얼마전에 헤어져서 심히 부정적으로 살고 있다며 커플과 솔로들을 위한 이별노래도 두곡 들려줬고, 언제나 좋은 노래들로 가득 채웠다. 그 다음 무대가 넬인데 중간에는 못나올테니 어반 끝나자마자 미리 인사해 둔 션을 앞으로 밀고, 다시 한번 밀려오는 사람의 파도에 거스르며 열심히 밖으로 빠져나감. 지나가는 길에 불나방스타쏘세지 클럽도 한두곡 듣고, 넬을 한두곡 듣고 집에 가려다 나의 발이 무게를 이기지 못하는지 엄청 욱신거려서 집에 돌아왔다. 덕분에 지하철에서 앉아 집까지 와서 안마의자에 뜨거운 물로 샤워를 끝내고 취침. 

확실히 페스티벌은 일행이 적을 수록 즐겁고, 흥이 좀 있어야 재밌다. 상황에 따라 예정해 둔 무대를 보지 않고 다른 무대를 보더라도 그것조차도 재밌게 즐길 수 있게 되는게 페스티벌의 맛. 작년 그민페때는 운영에 불만이 너무 많아 내년에도 갈게 분명한 스스로의 호구심을 자책했지만, 올해는 큰 가방 작은 가방 줄도 나뉘어져 있었고 길게 뻗은 줄 안 만들려고 줄 서는 길도 뱅뱅 돌려 만들어놔서 입장이 용이했다. 작년엔 체조경기장 들어가려면 올림픽 공원 입구 들어오는 다리까지 줄을 섰어야했어서 끔찍했지. 마치 해병대 캠프 조교처럼 굴던 경호원들 수도 적어져서 트러블도 거의 없었고 메인 무대쪽에만 있던 사람들은 사람이 너무 많다며 힘들어 했지만 실내 무대쪽은 오히려 한산해서 입장도 오래 안 걸리고 괜찮았다. 메인에 워낙 쟁쟁한 무대가 많아서 더 사람이 몰린 것도 있고, 타임테이블이 겹쳐서 포기하는 것도 있었지만 그렇게 겹쳐놔야 그나마 인원이 분산되는거니까 어쩔 수 없지. 확실히 작년보다 훨씬 나았다. 사람이 많은건 작년에도 그랬고, 그민페 자체가 규모가 엄청 커진거라 처음 같은 한산함은 다신 없을거라서. 원래 좋으면 사람이 많이 몰리는거니까. 내년에도 올 만 하겠다고 생각했지만 체력이 작년보다 없어져서 어떨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함께. 션과는 일단 알럽티켓을 끊어놓고 라인업보고 취소하면 되지 않겠냐고 했지만, 취소를 할 수 있을거라고는 우리도 생각하지 않아. 




덤으로 섹시한 환옹.



나라언니는 페북에 올라온 이 움짤을 보고 지능형 안티냐고 물어봤고,
나는 그저 한마리의 빠순이일 뿐이라고 답했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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