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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치우드, 욕망

_e 2013. 10. 15. 09:26


토치우드 정주행 중. 이제 시즌1이 끝나가는 와중에 오웬이 왜 이렇게 좋지. 나쁜 남자의 표본, 그 와중에 사랑에 빠지면 사랑에 푹 빠진 자신이 무섭다고 엉엉 우는 순정남. 여자들이 나쁜 남자에 끌리는건 자기가 그 남자에게 진정한 사랑이 될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지. 자신이 진정한 사랑이 되는 순간, 나쁜 남자가 가지고 있는 매너나 매력등의 장점은 그대로 남고 여자를 불안하게 만드는 단점은 자신을 향한 사랑으로 상쇄될 거라고 굳게 믿는 것. 하지만 그럴때는, 자신이 그 나쁜 남자를 사로잡을 무언가가 있는지 객관적으로 판단해봐야 한다. 나쁜 남자는 여자를 워낙 많이 만나봐서 다른 여자들과의 차별성이 있어야하는데 이게 무슨 착하고 참아주는 마음 이런걸로는 안 됨. 참으면 호구로 지내다 폭탄이 되니까요. 객관적으로 내가 얼마나 잘난 여자라 저 남자가 나에게 푹 빠질지 아무리 생각해도 아닌 것 같을 땐 그냥 욕망에 충실하게 만나고 인생 저당 잡히기 전에 발 빼는게 가장 바람직한데 이게 될 것 같으면 굳이 나쁜 남자에 목 매지도 않겠지. 아, 그런데 어쩌다 얘기가 여기까지 왔는가. 뭐 어쨌든, 오웬은 사랑입니다. 얇은 입술도 가는 눈매도 빼싹한 볼살도, 맨날 빈정거리고 섹드립치는 와중에 간혹 보이는 그렁한 눈도, 웅얼거리는 듯이 말하는 말투도. 그런데 시즌2에 좀비가 되더니 죽는다면서요? 토치우드는 못 죽는 캡틴과 고정 임자 있는 그웬만 남기고 다 죽이는 드라마라는 소문이 있지. 오래 된 드라마를 볼 때의 스포는 이제 즐기는 경지가 된 것 같다.

그웬이랑 오웬은 둘 다 나름의 욕망에 충실한 캐릭터인데 본질이 다름. 그웬은 남을 도와주는 것과 도와주는 자신에 대한 욕망이라 - 도움 받는 사람과 자신은 만족하지만 옆에 있는 자신의 지인들은 잊어버리고 함부로 대하는 타입이고, 오웬은 일종의 이기적인 욕망이라 자신이 만족하는 것을 위한 경우가 많고 자기와 자기가 관련된 아주 가까운 사람만을 위해 움직이는 타입. 나는 내가 잘 하지 못하는 오웬의 욕망을 지지하고 동경하는 편인데 드라마 밖 현실 세계에서는 오웬같은 타입이 더 욕을 먹는다. 그러다 큰 사건이 발생하면 그웬같은 타입이 문제라는게 여실히 드러나는거지. 인류를 구하기 위해 가족과 친구를 희생하는 타입인데 자긴 죽고 싶지 않아. 가족이랑 친구는 무슨 죄야 그웬을 사랑한 죄인가. 뭐 여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웬이 끝까지 살아남는 건 이유가 있겠지. 앞 시즌 안보고 봤던 시즌4에서는 나쁘게 보이지 않았으니 크리미널 마인드가 리드 성장기라면 토치우드는 그웬 성장기라던가?

(추가) 시즌1 끝내고 그웬에 대해 더 추가. 그웬은 나의 예상보다 더 나아가 인류를 구하기 위해 가족과 친구는 잊어버리고 있다가 가족과 친구가 희생되면 인류 따위 꺼지라며 어떻게든 그 희생을 무효화 하기 위해 힘쓰는 타입이었다. 신념이 단단한 바닥에 고정되어있지 않고 내 등에 매어져 있으면 그렇더라. 이리저리 몸을 돌려 다른 곳을 볼 때 마나 나의 신념도 같이 움직이는 거지. 시즌2를 시작하며 철들라 그웬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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