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gram.com/_e.note
#쌓는생활

티스토리 뷰

ordinary

훌쩍

_e 2018. 1. 2. 10:46

코를 훌쩍거리며 출근을 했다. 아침이 문제인가 찬바람이 문제인가. 사무실에 앉아 한두 시간이 지나기 전까지는 계속 콧물이 그치지 않는다. 근데 또 다 그치고 나면 코 속이 아픈 것이 그냥 내 코의 문제겠지. 새해 첫 날은 별것 없이 훌쩍 지나고, 새해 둘째 날도 별것 없이 훌쩍 지날 예정이다. 거드는 j씨와 가내수공업 마냥 봉하고 주소를 붙인 연하장을 들고 우체국에 들르고, 컴퓨터 앞에 앉아 이건 이렇게 저건 어떻게 할까 생각만 잔뜩 하다 오후를 보내고, 서울 왔다고 늘어난 저녁 약속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 잠이 들면 또 셋째 날이 올 테다. 훌쩍 훌쩍 보내고 나면 봄이 오고 여름이 오겠지. 별일 없이 흐르듯 지났으면. 보통의 것이 항상 최선이다.

작년과 재작년의 목표는 다정한 사람이었고, 올해의 목표는 딱히 없다. 그렇지만 잘 살겠지. 새해 초반부터 왜 이렇게 자신감이 폭발인가 싶지만, 어쨌든 잘 살겠지. 하하하. 내가 나이기도, 우리이기도 했던 시간들 동안 나는 나를 쌓았고, 흔들림이 줄었다. 아직도 세찬 바람과 거센 물살에는 흔들리고 바닥이 쓸려 뿌옇게 되지만 시간이 지나 가라앉고 난 다음에는 잔 것들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평온히 지낼 수 있으니 큰 강은 아니어도 작은 강의 상류쯤은 되었지 싶다. 흐르다 보면 썩 괜찮은 강이 되겠지. 그래 잘 살겠지 뭐.

전보다 손을 자주 씻는다. 매일 노트북 키스킨을 빨고, 책상을 닦는다. 손가락에 난 작은 상처가 수시로 물에 닿아 나을 줄을 모른다. 먼지가 얕게 쌓인 모르는 사람의 책상을 보고는 어쩔 줄을 몰라 하다 애써 못 본 척 다른 곳을 보고 만다. 유난인가 싶다가도 뭐 이게 대수라며 생각하고 넘긴다. 자잘한 강박들이 모여 나를 만드는 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 그것들 모두 신경 쓰면 그것 역시 습관이 되니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괜찮다고 말하던 날들이 여럿, 괜찮아지던 날들이 여럿, 괜찮을 날 들 또한 여럿일 거다.

오늘의 플레이 리스트는 선우정아 고양이. j씨는 이 노래를 들으면 김치즈가 생각난다고 한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