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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2.20 - 깊고

_e 2017. 12. 21. 10:03

깊은 겨울을 보낸다. 찬 바람에 눈 냄새가 났다.
밟히는 눈이 점점 두께를 더했고 사람들은 넘어지지 않으려 종종거리며 걸었다.
새로 산 우산에는 금새 수북히 눈이 쌓였다.
눈싸움을 하러 나온 아이와 아빠를 지나 집으로 들어가기 전
다 가리지 못한 몸에 쌓인 눈들을 팡팡 털어낸다.
이상하게 바쁜 12월이라 올 해도 다 지났구나에 대한 감상도 없이 시간이 흐른다.
그렇지만 나도 모르게 지나가는 시간들이 나쁘지 않은 기분.
차근차근 깊어진다. 올해의 목표는 작년과 같이 '다정한 사람'이었지만,
다정함은 없이 그저 깊어지기만 했다.
그렇다면 내년의 목표는 아마도 '여전한 깊음'이지 않을까.
아, '평온한 침잠'이 좋겠다. 그거면 충분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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