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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존

_e 2017. 12. 19. 14:43

예뻐라하던 아이돌 둘이 같은 날 - 하나는 결혼 발표를 하고, 하나는 떠났단다. 축하한다와 안쓰럽다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다 내 몸이 안 좋은 것도 있고 넘쳐나는 소비들에 내 몫을 굳이 더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 말을 아꼈다. 살면서 종종 나의 위로였던 종현이는 남에게는 넘치는 위로가 되고 자신에겐 모자랐던 모양이다. 두어살만 더 먹고 서른은 되어볼까 해보지 그랬어. 감당할 수 없어 허덕이던 시간들도 언젠가는 딱 숨쉴만큼이라도 누그러들때가 있는데, 시간을 더해 살아남고 나면 수고했다 고생했다 나에게 말할 수 있는데, 다른 이들의 말보다 스스로에게 말하는 나의 말이 더 와 닿을때가 있는데, 혼자라서 힘들었겠지만 혼자여서 괜찮을때가 꼭 오는데.

다 내 던지고 거리를 두고 나는 모르는 일이다 하면 편할 것을, 그래선 안되는 이유가 몇 개고 떠올라 도망도 못 가는 - 누구를 만나도 혼자만 마이너스가 되어버리는 사람들을 모아 제로존을 만들고 싶다. 누구에게도 에너지를 빼앗지 않기와 누구에게도 에너지를 바라지 않기를 룰로 삼아 그저 가만히, 플러스도 마이너스도 없이 제로만으로 가득한 시간.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고 행복한 그런 사람들을 모아서, 누구도 이해하지 못해도 우리는 숨만 쉬어도 숨에 실려 없어져가는 그 많은 소모들을 자연스레 이해하며 그래 그렇지 하고 얌전히 서로를 바라볼 수 있는 그런 곳.

플레이 리스트에 노래를 넣었다 뺐다 하다 지금은 안될 것 같아 나중으로 미루기로 한다. 그래 수고했어, 고생많았어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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