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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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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dinary

_e 2017. 7. 24. 08:47

원래 목적지는 아니었지만 네온 사인 간판이 여기라고 손짓하는 듯한 가게에 들어갔다. 이제 막 오픈한 듯한 가게에 들어가 주문을 하고 반갑게 인사를 했다. y와는 공통의 관심사속에서 가까운 동네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친해졌는데 평소에는 딱히 연락을 안하고 지내다가 두세달에 한번 쯤 연락을 해서 약속을 잡는다. 언제 한번 봐야지 보다는 다음주 토요일 어때 라고 묻는 사이. 보통은 그게 뭐냐 라고 하는 관계일텐데 나는 이 관계가 너무나도 좋은 것이다. 그리고 이번 만남에서 깨달았지, 아 이 아이 내 쪽으로 무럭무럭 자라고 있어 - 라고.

나는 어느 순간부터 자잘한 불만은 많지만 그 불만이 사실상 나에게는 영향이 별로 없는 속세를 80% 정도 떠난 듯한 마음 가짐으로 살고 있다. 그리고 이것의 순기능으로는 다른 사람이 나에게 물리적 폭력이나 사회적 폭력을 시도하지 않는 이상은 무슨 말을 하고 무슨 생각을 하던지 무시할 수 있다는 것이 있고, 역기능으로는 다른 사람의 희노애락에 관심이 극히 적어져 차가운 사람 취급을 받는 것이 있지. 이러한 마음 가짐은 나의 마음의 큰 평화를 가져다 주었고, 예민함과 날섬을 많이 버릴 수 있게 해주었다. 그렇지만 이걸 다른 사람들한테 권할 수는 없는 것이, 부정적 감정에 무던해 진다는 것은 긍정적 감정에도 무던해 진다는 것이기 때문에 예전에 낙엽만 봐도 행복해 하던 감성은 없어지거든.

이걸 그래프로 표현하자면 다른 사람들의 그래프는 최소값 마이너스 10, 최대값 플러스 10인 y축을 기준으로 최소치와 최대치를 오고가며 앞으로 나아가는 반면, 나의 y축에는 최소값 마이너스 2, 최대값 플러스 2~3정도의 값만이 존재한다. 모두가 바다 파도를 온몸으로 맞으며 희비를 오고갈때 나는 그저 호수의 잔물결 마냥 그 자리에서 뱅글뱅글 맴돌게 된다. 어느 날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아, 나도 짠물을 들이키면서도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할때가 있었지 해보기도 하고, 어느 날은 멍하니 흐린 하늘을 올려다보며 아, 나도 몸 가눌 수 없이 몰아치는 파도에 저 밑 모래에 파묻힌 듯이 숨쉬기 힘들때가 있었지 해보기도 하고.

남에게는 권하지 않는 것이다보니 본의 아니게 홀로 편하게 지내는 와중에 y가 이번에 비슷한 이야기를 꺼냈다. 예전만큼 행복하지도 예전만큼 힘들지도 않는데 이게 맞는건지 몰라 혼란스럽다고. 그리고 나는 즉답을 했다. 그게 삶이 평온해지는 과정이야, 다른 사람들에게는 권하지 않지만 너는 이미 그 궤도에 올라탄것 같으니 이야기해줄게. 요동치던 그래프의 폭이 좁아지니 '나는 어째서 남들만큼 10과 -10을 찍지 못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홀로 있는것으로 에너지를 채우는 우리는 그 10과 -10의 폭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어. 좁아지는 감정의 폭 사이에서 아직은 고정값이 불안하니 어째서 나에게 한계가 생겼나 하는 느낌이 들겠지만, 이건 괜찮은거고 좋은거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이면 돼.

라고 쓰다보니, 아니 이것은 마치 자기계발서의 그 것 (!!!) 이런 느낌이 들때는 말을 줄여야 한다. 암. 그렇구나 라고 고개를 끄덕이는 y를 두고 치킨 가라아게를 시키던 토요일 밤.


+
고양이를 키운다는 이야기가 나왔더니 옆에 차장님에게 밤마다 안방문을 열어 달라는 고양이를 어쩌면 좋을까 하는 물음을 받았고,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즉답을 돌려드렸다. "그냥 열어주시는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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