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gram.com/_e.note
#쌓는생활

티스토리 뷰

ordinary

사서 고생

_e 2017. 7. 5. 08:19

만남을 끝내고 집에 도착하니 열시, 문 앞에 쌓여있는 택배들을 옆으로 옮겨 치우고 문을 열고 안으로 들여놓았다. 창문들을 죄다 열고 발에 밟히는 것들에 방을 쓸까 말까 열심히 고민하며 택배 상자를 뜯고 재활용품들을 정리한다. 묵직하게 한박스로 온 사과는 작은 롤백을 꺼내 물기를 수건으로 닦고 하나씩 넣어 묶고 냉장고 야채칸에 차곡차곡 넣었다. 고양이 밥을 채우고, 고양이 물을 닦아 새로 주고, 배송 온 수건은 빨아야 쓸 수 있지만 밤에는 세탁기를 돌릴 수 없으니 아침에 나갈때 세탁 예약을 하고 가야겠다며 시간을 머릿속으로 세면서, 움직일 때 마다 발에 느껴지는 이물감에 결국 참지 못하고 부직포 청소기를 들었다. 피곤한 눈을 껌뻑거리며 왜 항상 집에 늦게 들어오면 할 일이 평소보다 많은건지, 안해도 큰 일이 일어나지는 않는데 왜 참지를 못하고 그걸 하고 있는 걸까 생각했지만 생각이 다 무슨 소용이람, 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회식이 있어 늦을 내일도 방을 쓸까 말까 고민하다 쓸면서 피곤하다며 끙끙대고 있겠지. 그나저나, 고생은 내가 샀는데 울상인 나를 보며 옆에 있는 사람도 덩달아 고생이라 1+1 특가 상품이 되어버렸다. 반성하자, 반성해.

일을 시작하니 어찌나 놀러다니고 싶은지 벌써 여러개의 계획을 세운다. 심지어 내년 봄 계획까지. 언제나 그렇듯 나의 프로젝트 일정은 당장 내일 것도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어떻게든 될거라는 믿음을 쏟아서.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