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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근 어택

_e 2017. 2. 27. 17:35

어째서 이 운동을 하는데 그 근육이 아픈지를 묻던 트레이너 쌤은 결국, 오늘도 어찌할 바를 몰라하며 기구 사용법보다 기초 웨이트를 먼저 해보자고 했다. 걷는데 필요한 최소 근육만 있는 나는 오늘도 복근 운동을 하는데 복근까지 힘이 오지 않아 마치 내 몸이 아닌 듯 평온한 복근을 구사했고, 뭘 할때마다 다른 근육에만 자극이 오니 이것이야 말로 총체적 난국. 운동을 시작하기 전 탈의실에선 두분의 아주머니들을 뵈었는데, 예순 다섯살의 할머니에게 일흔 여덟살의 할머니께서 젊은 건 좋다고 이것저것 마음껏 하라고 말씀하고 계셨다. 그분들 보시기엔 그저 아가지만 제일 건강치 못할 나는 왠지 부끄러워 황급히 옷을 갈아입고 나와 런닝 머신을 걷기 시작했다. 뭐 이런들 저런들, 숨쉬기 운동만 삼십년을 넘게 해 왔는데 벌써부터 뭔가 척척 잘하고 건강하면 그게 더 이상한거겠지 천천히 해야지 하며, PT를 얼마나 더 추가할까를 고민하는 요즘의 운동 생활. 이렇게 꼬박꼬박 일기처럼 (남들 보기엔 아무것도 아닌) 운동한 걸 남기는 건, 작심한달이 되어 다시 운동과 멀어지지 않을까 싶어 스스로 세뇌 작업 중이라서 그렇다.

자기계발서에는 눈꼽만큼의 관심도 없고 재미도 못 느꼈지만 한달 전이었던가 이벤트 특가로 풀렸던 자존감 수업을 한번 읽어볼까 하고 결제 해놨다 얼마 전 부터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위의 슬픈 이들에게 해주면 차가운 사람 취급 비슷한 걸 받았던 것들이 책에 쓰여있어 조금 웃었다. 자아가 확립되고 연애보다 나의 것이 더 중요하며 남들보다 내가 더 중요한 것이 만개할 무렵 부터 생활 방식에 고착화 된 것이 공감보다는 해결책을 내놓는 것이었는데 그 해결책이라고 내놨던 것들이 책 속에 드문드문 보인다. 그게 웃겨서 j씨에게도 추천해드렸더니 문장으로서의 정의는 좋지만 너무 돌려 말하는 것 같다는 감상이 왔고, 나는 항상 이렇게 둥글게 말하려고 노력하며 살아왔다고 하니 그래서 네 위가 안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하하하. 세상 사람들이 모두 내 뜻대로 되는건 아니니까 별 수 없지요. 그렇지만 나의 둥근 어택에도 누군가는 상처받고 누군가는 찔렸을테니 앞으로는 더 둥글게... 까지는 아마 안될거고 (포기가 빠르면 인생이 편합니다) 그냥 지금처럼만 둥근 어택으로 살아야지.

무슨 이야기를 하다가, '저쪽에서 뭐라고 하면 편들어 줄게'라는 말에, 다른 사람의 말은 딱히 신경 안쓰고 살아서 사실 욕을 들어도 신경을 너무 안쓰는게 오히려 탈이라고 답했다. 사실 집 앞에 찾아와서 날 때리거나 회사 앞으로 찾아와 1인 시위라도 해서 나의 사회적 지위와 체면을 난처하게 만드는게 아니면 저쪽에서 무슨 말을 하던지 무슨 생각을 하던지 알게 뭐람. 오늘도 이렇게 저의 하루는 평화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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