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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숄

_e 2016. 8. 19. 10:19

새벽 공기가 더는 뜨겁지 않고, 버스는 여전히 추울 정도로 에어컨을 틀고 있어 점심 시간과 퇴근 시간을 빼고는 더운 줄을 모른다. 가방이 무거워지는 게 싫어서 여름 내내 버티고 버티다 큰 감기의 조짐이 있어 살짝 두툼한 숄을 가방에 넣었다. 가디건을 입고 분홍과 초록색의 숄을 패셔니스타 미라처럼 둘둘 말고 통근 버스에서 잠이 들기를 며칠, 이제는 사무실도 춥다고 흔들 의자에 뜨개질 옵션이라도 따라올 듯 내내 어깨에 숄을 두른다. 덥지만 추워 추위가 다시 오길 바라야 하는 건지, 계속 덥길 바라는건지 잘 모르겠다.

한동안 쉬었던 운동을 다시 해야하는 필요를 온 몸으로 느낀다. 언제나 할 일은 많고, 할 맘도 많지만 의지가 없지, 의지가.

한동안 SNS와 메신저가 뜸했다. 별다른 마음의 일이나 육신의 일이 있었던 건 아니고 집 꾸미기 게임도 하고, 책도 읽고 하면서 겸사겸사. 평온의 기복이 없을 땐 글이나 이야기가 줄어든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답답할 일 없고, 자랑할 일도 없이 시간은 잘도 흐른다. 계절이 바뀔때 쯤에야 어떨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지금은 그렇다. 별 일 없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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