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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 북쪽 제주 #1

_e 2016. 6. 16. 17:21



숙소에서 좀 더 동쪽으로 넘어 가 아침의 시작을 세화로 시작한다. 하늘은 여전히 뿌옇다.
그래도 마지막 날이라고 바다는 파래서, 그래 그거면 됐다 하고.
돌아오는 걸 비행기를 저녁에 끊어뒀더니 한결 마음이 여유롭다.
남쪽 제주는 이번에는 포기하고, 다음 여행으로 미룬다.
이렇게 미뤄두는게 있어야 또 마음먹고 쉽게 훌쩍 떠나올 수 있겠지.



바다 근처에 들어서있는 카페들을 보며 헌이에게 게스트하우스라도 하나 차리라고 했다.
나는 이번 생에는 글른 것 같으니 너라도 힘내보라며,
제주에 올 때마다 숙식만 제공해준다면야 온라인쪽은 내게 맡기라며.
그렇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내가 좋은 건 남들도 다 좋은거라 이미 제주의 포화 상태가 더 먼저 보인다.
그리고 놀러오고 쉬러오니까 좋아보이지 내가 살려고 하면 또 나름의 싫음은 있을테니까
우린 그냥 항상 서로를 알아가는 풋풋한 연인같은 관계가 좋을지도.



제주, 봄, 바다 - 이 세가지의 조합에 유채가 빠질 수는 없지.



아무래도 이른 시간이라 해변에는 사람들이 적긴 했지만,
작은 해변이라 사람이 아예 없는 걸 보고 차를 세웠다. 세우고 주위를 보니 여기가 평대리인가.
속이 다 들여다 보일 정도로 맑은 물을 내려다보고 엉덩이가 아프지 않은 돌을 골라 앉는다.
 

헌이가 롹커 같다고 했던 마지막 날의 프리덤.


까만 돌들 옆에 작은 모래사장에는 아직 물이 차지 않은 까닭에 이런저런 흔적들이 얉은 물에 남아있다.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자니 - 봄 바다에는 가을이 있더라.




딱히 무얼 먹겠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바다에서 멍하니 있다보니 노란색 가게가 눈에 띄어서
너무 이른 시간인가 싶어 열한시쯤 맞춰 가게에 들어갔다. 작은 가게에는 알록달록한 벽그림이 있고,
이리저리 주인 아주머니의 사진들이 걸려있었다. 비빔국수와 성게국수를 시키면서
전을 함께 시킬 수 없는 두 사람인 걸 슬퍼했다. 심지어 둘 다 먹는 양도 적지. 흑흑.
소면류를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도 맛있게 잘 먹고 계산을 하려하니
주인 아주머니가 자기가 엔강이를 가르쳤다고 자랑을 하셔서 순간 못 알아들었다. 죄송합니다. 둘 다 TV를 잘 안 봅(...)
그렇지만 재빨리 주위를 살펴 카운터 뒤의 커다란 사진을 발견하고 줄리엔강이냐며 아는체도 살짝 해드림.
음식맛은 괜찮은데 물질만 하시다 식당 여신지 얼마 안되셨다던데 그 덕분인지
전체적으로 음식이 빨리 나오거나 그렇진 않다. 바쁠때 국수나 후르륵 먹어야지 싶어서 들르면 속 터질 가게.
그치만 앉아 저 멀리 바다를 보면서 쉬어가기 좋았던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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