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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 동쪽 제주 #1

_e 2016. 5. 20. 17:02


신창 해안 도로와 함께 꼭 가서 보고 싶었던 (남이 찍은) 사진 속의 녹산로는
분홍 벚꽃과 노란 유채꽃과 파란 하늘이 끝이 없는 듯 펼쳐진 길이었다.
첫날 도착해 움직이면서 시내에 벚꽃이 양껏 피어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매우 기대하며 이른 아침에 출발해 움직였더니 여기가 그곳인가 싶은 곳이 나타났다.
시내쪽보다 고지가 높은 덕분인지, 유채는 피었는데 벚 꽃은 피지를 않고
날조차 흐리니 이 스산한 분위기를 어쩌면 좋을까. 그렇지만 내려서 사진은 찍는다.
지나가는 차들이 대체 여기가 뭐라고 사진을 찍느냐는 듯 바라보는 것만 같다. 엉엉.


좀 더 옮겨보니 벚꽃이 조금 피었는데 유채는 덜 피었다.
삼월 말은 아무래도 이른 시기인 것 같은 녹산로.
그리고 이때부터 우리의 추위+바람과 맞서 싸우는 고난이 시작 되었다고 한다.




성산일출봉 가는 길에 있던 유채밭.
가득한 유채를 보는게 시원찮다면 천원을 기꺼이 내주리라 하고 입장료를 내고 들어갔다.
노란 유채를 보니 제주의 봄이구나 싶다.
수학 여행의 제주는 돼지 고기를 먹던 가게 말고는 기억도 나지 않고,
작년의 제주는 초록색이었다면 올해의 제주는 좀 더 연한 빛의 알록달록.
파란 하늘이 보이지 않는 건 내가 왔기 때문인 걸로 해두고 (...)


여전히 신남이 느껴지는 뒷 모습.
사실 저렇게 덩실대는 와중에도 흙바람이 온 얼굴을 때려 흙 많이 먹었다.
풀어헤친 머리가 온통 흩날려 헌이와 함께 찍을 사진을 지나가는 분께 부탁했더니,
사진 찍어주시고 죄송하다며 사과 하고 가신 건 비밀. 왜죠. 제가 좀 웃기게 나왔지만, 왜죠.



수학여행 꼬꼬마들로 가득 찬 성산일출봉에 올라가기 전에
춥기도 하고 사람도 조금 피할 겸 카페를 찾았다. 바로 옆 브랜드 커피숍들은 이미 꼬꼬마들로 가득찼고,
주차장에서 조금 걸어내려와 자그마한 카페로 들어간다. 아메리카노와 모과차.
그러고보니 결국 모과청을 안 담그고 지나간 겨울이었구나.


잠시 몸을 녹이고 길을 나선 - 바람의 절정, 성산 일출봉.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머리를 하나로 묶었더니 묶인 머리채가 얼굴을 때려대기 시작했다.
바람이 너무 세서 휘청거리면서 육지것들은 올라올 생각도 말라며 밀어대는 것 같다며 한참 웃었다.
사람이 찍힌 사진에는 넋이 나간 웃음과 세찬 바람이 가득 가득 담겼다.




결국 위로 올라가기를 포기하고 입구에서 얼마 되지 않는 곳에서 돌아 내려온다. 
이렇게 다음이 하나 더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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