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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옴이오면

_e 2010. 3. 8. 19:03


 겨울이 가고 봄이 온 양 따뜻하다가 도로 추워져 목 안쪽 깊숙한데를 간지럽히는 날씨에 봄이 아닌 가을을 지나온 것인지에 대해 고민했다. 도로 겨울인가 싶어지지만, 흐린 날씨에 눈이 아닌 비를 쏟아내는 날씨에는 아직도 가을인가 싶기도 하고. 내일부터는 꽃샘 추위라고 아침 방송에서 하던 말을 들었던 것 같은데 그럼 한동안 추웠던건 대체 뭐였지. 추운거에 좀 더 약한 나는 남들 봄옷 입고 다녀도 꿋꿋하게 모자에 털이 수북한 후드 점퍼를 입고 다녔었더랬다. 그다지 해를 볼일이 없던 요 몇일의 흐린 날들 속에서는 쇼팽을 들었다. 가끔은 바흐가, 가끔은 쇼팽이, 가끔은 피아졸라라던가가 번갈아가면서 듣고 싶어진다. 그리고는 스스로의 기호에 대해 살짝 고민하지만 답은 없으니 접어두고.

 아침의 모닝커피로 이천원에 판다던 라떼는 왠지 싱거워 물맛이 강해서 점심을 먹고 난 뒤의 커피는 아메리카노를 마셨더랬다. 물대신 커피를 하루종일 달고 살면 속이 욱씬거리고는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싱거운 라떼보다 쌉쌀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는건 자학이라는 생각도 가끔은 한다. 생각하면서도 행하는건 왠지 중2병 걸린 나약한 '여자애' 같은 느낌이라 이내 '생각'을 포기한다. 아프다고 칭얼대봐야 해결 될 일이 있을리가 없잖아. 날이 지나가고 시간이 더해갈수록 아픈것을 남에게 말하지 않는다. 내가 남의 아픔에 위로하는것이 어려운데 남에게 위로 받으려고 내 아픔을 꺼내어놓는것이 낯설지 않을리가 없다. 없던 낯설음은 위로가 어려워진 시점부터 차차 생겨나 높고 큰 성을 쌓았다. "-하지 않겠다고 했잖아?" 라고 물어오는 j씨에게 외쳤다. "구차한 변명은 하지 않겠다!" 포기와 인정은 쉬워지고, 결단과 행동은 뜸해지는 이 와중에 또 무언가 계획을 세웠다. 할일은 언제나 많기 마련. 우. 해야지, 해야지, 해야지.

 보옴이 오면, 일단 꽃보러 바다보러 나무보러 어디든 다녀올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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