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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 너구리

_e 2010. 2. 25. 00:37
못해도 석달에 한번은 시간을 내고 기운을 내서 정리를 한다. 오늘의 정리는 주방쪽. 얼마전에는 타일까지 비누칠 해 닦아내고 샤워기로 물을 뿌리면서 즐거워하던 - 제일 좋아하는 - 욕실 청소를 했었더랬다. 찬장을 열어 빼곡히 쌓여있는 것들을 다 꺼낸다. 방마다 차곡차곡 식량 쟁여놓는 개미나 다람쥐 같다고 진지하게 말했던 엄마의 습성을 어느정도는 닮은 덕분인지 마트만 가면 사다 놔야할게 보인다. 잔뜩 사다놓은 것들은 찬장과 냉장고에 들어찬다. 야채칸은 박스 포장 되어있던 과자들이 낱개로 가득하고, 냉동실은 고기라던가 떡이라던가 파, 마늘, 고추 같은것들이 들었다. 아, 쥐포도. 사다놓고 쟁여놓고 이걸 다 먹어치우면 문제가 없는데, 그게 아니라서 문제가 되는거지. 혼자 살면서도 냉장고와 찬장만은 가득 채워놓고 사는 버릇을 해놨던 내가 문제를 처음 느꼈던건, 유통기한이 지난지 한달도 아니고 일년이 지난 비빔면을 버릴때였다. 라면은 보통 유통기한을 살필 정도로 오래 쟁여두지 않잖아. 오늘도 다를바 없었던지라, 돼지고기 양념과 언제 썼는지 기억도 가물한 반쯤 남은 요리용 와인, 유통기한은 이미 작년 날짜인 인스턴트 냉면과 라면, 2008년자 유통기한의 위엄을 몸소 드러내는 봉지 과자와 영어가 잔뜩 씌여있는 버터링을 버려야했다. 오 맙소사. 덕분에 하려던 빨래는 내일을 기약하고 베란다 정리와 - 베란다가 생기니 나는 또 신나서 베란다의 반을 차지하는 양의 생수와 햇반과 스팸과 참치와 배즙과 사과즙을 쌓아두었다. - 찬장정리를 끝내었다는 그런 이야기. 내일 집에 오기로한 친구들에게는 올해말쯤이나 내년쯤 버려질 과자를 먹여야 하는 사명감까지 생겨났다는 뒷 이야기는 덤.

라면을 끓일때는 파와 마늘과 고추가루와 계란을 풀어먹는 - 인스턴트 식품임에도 요리처럼 공을 들이는 습성덕분에 한동안 신라면을 끓여먹었는데, 얼마전부터 너구리가 자꾸만 먹고 싶더라. 집에 돌아오는 길에 너구리 두봉지와 컵 너구리 세개를 사왔다. 오랜만에 먹으니까 너무 맛있어 엉엉. 역시 너구리는 아무것도 안넣고 있는 그래도 끓이는게 정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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